2009년 10월 10일
[내 목은 매우 짧으니 조심해서 자르게]
박원순 변호사가 쓴 세기의 재판 이야기.
소크라테스로부터 예수, 토머스 모어, 마녀사냥, 갈릴레이, 드레퓌스그리고 가장 최근 것으로 채털리 부인의 사랑을 쓴 D.H. 로렌스에 이르기까지, 시대를 앞서 이해받지 못해 죽은 사람들, 시대의 음모 때문에 희생당한 사람들에 관한 재판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물론 더 핵심적인 것은, 음모와 편견, 또는 대중의 광기 속에서 피어난 한줄기 시대의 양심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살피는 것이리라.
책의 제목은 토머스 모어가 단두대에서 처형되기 전에 한 말이라고 한다. '유토피아'의 저자로만 막연히 알고 있던 토머스 모어가 알고 보니 그 유명한 헨리 8세(천일의 앤으로 유명한) 시대의 대법관이었고, 참으로 유머러스한 사람이었더군. 단두대에 올라가서도 수염은 죄가 없으니 잘리지 않도록 머리를 쑥 내밀었다는 일화도 있고.
드레퓌스 사건 때 에밀 졸라가 보여주었던 용감한 투쟁은 너무도 유명하지만, 그의 글 한 토막을 인용해 보면...
국가이익-그것이 법을 위반할 힘이 있는가? 만약 그렇다면 법에 관해 말하지 말라. 자의적인 권력이 법을 대신할 것이다. 오늘 그것은 드레퓌스를 치고 있지만 내일은 다른 자를 칠 것이며, 국가이익은 이성을 잃은 채 공공의 이익이라는 명분 아래 반대자를 비웃으며 쓸어버릴 것이고, 군중은 겁에 질린 채 쳐다면 볼 것이다. 정권이 국가이익을 내세우기 시작하면 끝이 없게 마련이다. 그것은 모든 것에 대한 대답을 준비하고 있다. 그것은 사람의 차이를 허용치 않고 차이를 감내하지도 않을 것이다. 만약 그것이 드레퓌스에게 적용된다면, 다른 누구에게도 적용될 게 분명하다. 새시대의 동이 터올 때, 대혁명이 보인 첫 행동은 국가이익의 저 거대한 요새, 바스티유를 쳐부수는 것이었다.
어째, 오래 전일, 남일 같지가 않다.
# by | 2009/10/10 18:10 | 글책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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