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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식의 종말] 죽이지 마, 먹지 마, 좋아질 거야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 <죽음의 밥상>에 이어 제레미 리프킨의 <육식의 종말>까지 읽고 나니, 이건 뭐 내가 동물해방론자도 아니고 열렬한 채식주의자도 아니지만, 먹기 전에 한번, 먹고 난 뒤에도 한번 생각하고 반성하게 만드는 것만은 틀림없다. 
 
피터 싱어의 <동물해방>이 상당히 철학적이고 조금은 전투적이었으며, <죽음의 밥상>이 육식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생활 밀착 취재였다면, 이 책은 뭐랄까, 소에 대한 문화인류학적 고찰이 좀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조금은 고전적인 수법으로, 서양 문화권에서 형성된 소에 대한 가치와 태도를 훑어가는 것으로 시작해, 특히 미국 역사에서 드넓은 목초지가 추악한 자본에 의해 소떼로 점령당하게 되는 과정이 환경을 어떻게 황폐화시켰는지, 마지막으로 레비스트로스의 구조주의를 인용해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의 의식구조와 호전적 문화까지 분석한다.  
 
그렇다. 서부 개척에 대한 신화 이면에는 당연히 아메리칸 인디언에 대한 잔인한 살육과 추방, 버팔로 학살, 공유지를 사유지로 만드는 강제적인 인클로저, 중남미에 대한 착취 같은 추악한 진실이 숨어 있게 마련이다. 쇠고기를 산업화하는 과정에서 토지가 황페화되고, 자동화 도입으로 대량 실직이 발생하며, 돈벌이를 위한 소떼는 늘어나지만 굶주린 빈민들에게 돌아갈 고기는 거의 없고, 결과적으로 늘어난 소떼, 다시 말해 추악한 자본의 이기심이 지구 환경을 얼마나 오염시키고 있는지를 논한다. 이 부분은 피터 싱어의 저서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미국 내 소고기 산업과 햄버거 산업의 유착을 파헤친 부분은 새롭지만, 결론 또는 대안 제시는 약하다. `육식을 멈추면(beyond beef) 젖과 꿀이 흐르는 땅으로 금세 회복될 거야` `죽이지 마, 먹지 마, 그러면 다 좋아질 거야`라는 약간은 낭만적인 서너쪽짜리 갈무리라니, 조금 힘은 빠진다. 그런 점에서 실천가적인 면모를 보여주며 적극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피터 싱어와는 조금 비교가 되는듯
 
가장 흥미있었던 부분은 구조주의 분석을 통해 육식을 즐기는 사람들, 육식을 즐기는 문화의 호전성과 남성 우월주의, 계급주의를 비판한 것이었다. `보라, 피가 뚝뚝 떨어지는 날것인 고기는 얼마나 남성적이고 지배적이며 힘이 넘쳐 보이는가...` 뭐 이런 식. 헐...-.,- 그나저나, 육식 문화를 비판하기 위해 레비 스트로스까지 끌어들이는 저자의 오지랍이라니, 살짝 귀엽더라니깐.
 
각종 제도와 시설로 포장하여 실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차가운 악(cold evil)인 소고기 산업. 형제를 알아볼 수 없게 잘게 부수어져 내가 고기를 먹고 있는지조차도 알 수 없게 가공하고 포장하는 현대문명은, 생존을 위해 짐승을 죽여야 했으되 그 생명에 대한 존중을 드러내기 위해 나름의 의식을 온 공동체가 치렀던 고대인들보다, 과연 더 낫다고 말할 수 있을까?

by cherry | 2008/12/11 15:06 | 글책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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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blogring.org at 2008/12/12 15:46

제목 : 죽음의-으로 이어질 블로그링
죽음의-에 관한블로그를 요약한 것입니다....more

Commented by 곰도리 at 2008/12/12 16:02
미국 유학시절 주변에 많은친구들이 채식주의자 였었는데
그친구들 따라 식사를하러 채식부풰를 많이 따라다녔었죠

뭐 주1~2회 정도는 참 좋았지만 매일 풀만먹으라고하면.... -┏)

분명 육식을 위해 사용되는 각종 페혜도 있긴하지만 그렇다고 전세계사람들을 전부 채식주의로 바꾸라는건....

당장 눈앞의 꽃등심이 익어가는데 ㅠㅠ
Commented by cherry at 2008/12/15 11:33
후훗, 그게 딜레마예요. 저 역시, 지금 내 눈 앞 불판 위에서 익어가는 오겹살의 유혹은, 정말이지 참을 수 없더라구요. ^^;;

모든 사람이 하나의 방법만을 따른다는 것도 무서운 일이지요. 자기 수준에서 부담되지 않게 할 수 있는 일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무난할 것 같아요.

육식을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기르는 과정이나 도축 과정을 좀더 위생적으로 만드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겠죠. ^^
Commented by mybia at 2009/02/27 16:20
책 검색중에 들왔슴다. 독후기 잘 읽고 가요.
Commented by cherry at 2009/02/27 19:19
네, 감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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