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2월 09일
만년필을 잡다
내게 만년필은 늘 아버지와 연관된다.
무슨 거창하거나 기막힌 사연이 있었던 건 아니고,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파커 만년필과 잉크를 선물해 주셔서
대학 졸업 때까지 꼬박 10년의 세월을 함께 했기 때문이지.
덕분에 당시에는 제법 글꼴이 멋지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잉크 넣기'라는 사소한 귀찮음 때문에 한동안 멀리하다가,
요사이 '어떤 사소한' 계기로 만년필을 다시 잡게 되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워터맨 2자루. 둘 다 붉은 계열.
케이스와 한세트인 사진 위의 모델은 15년 동안 쓰던 건데, 이젠 품절이겠지?
최근 3년간 쓴 일이 없음에도 다시 잉크를 넣어 끄적여보니,
오오, 그 사각사각함, 부드러움이, 그대로더라.
펜촉이 굵어 종이에 묵직한 맛내고 싶을 때 자주 사용했지.
사진 아래쪽 모델은 6년쯤 전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디자인은 심심하지만
예리한 맛이 있다고 할까? 펜촉이 섬세해 촘촘하게 뭔가를 기록하고 싶을 때 좋다.
요사이의 '어떤 사소한' 계기란,
만년필과 잉크 마니아인 모임의 어떤 분에게,
내돈 주고 앞으로 절대 살일 없을 까렌다쉬 잉크를 선물한 것인데.
이분의 만년필/잉크 사랑이 나를 조금 귀찮음의 세계로 다시 불러들였다는 거죠.
근데, 까렌다쉬 잉크 30mm 한병에 26,000원이니, 금가루라도 뿌렸나?
이건 뭐, 오랫동안 내가 사랑해온 파커 블루블랙 잉크 56mm 너댓병 살돈이다.
뭐, 색상이며 병 디자인하며, 이쁘긴 하더라만서도. -.,-
암튼, 다시 쥐게 된 워터맨.
이제 여기에 맞춤맞은 멋진 수첩만 다시 갖추면 되는 건가? 흐흥...
# by | 2009/12/09 13:41 | 끄적끄적 | 트랙백

풍요에 도취된 인간에게 날리는 멋진 스트레이트 한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