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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필을 잡다

내게 만년필은 늘 아버지와 연관된다.
무슨 거창하거나 기막힌 사연이 있었던 건 아니고,
중학교 입학과 동시에 파커 만년필과 잉크를 선물해 주셔서
대학 졸업 때까지 꼬박 10년의 세월을 함께 했기 때문이지.
덕분에 당시에는 제법 글꼴이 멋지다는 얘기도 들었는데...

'잉크 넣기'라는 사소한 귀찮음 때문에 한동안 멀리하다가,
요사이 '어떤 사소한' 계기로 만년필을 다시 잡게 되었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은 워터맨 2자루. 둘 다 붉은 계열.
케이스와 한세트인 사진 위의 모델은 15년 동안 쓰던 건데, 이젠 품절이겠지?
최근 3년간 쓴 일이 없음에도 다시 잉크를 넣어 끄적여보니,
오오, 그 사각사각함, 부드러움이, 그대로더라.
펜촉이 굵어 종이에 묵직한 맛내고 싶을 때 자주 사용했지.

사진 아래쪽 모델은 6년쯤 전부터 사용하던 것으로, 디자인은 심심하지만
예리한 맛이 있다고 할까? 펜촉이 섬세해 촘촘하게 뭔가를 기록하고 싶을 때 좋다.























요사이의 '어떤 사소한' 계기란,
만년필과 잉크 마니아인 모임의 어떤 분에게,
내돈 주고 앞으로 절대 살일 없을 까렌다쉬 잉크를 선물한 것인데.
이분의 만년필/잉크 사랑이  나를 조금 귀찮음의 세계로 다시 불러들였다는 거죠.

근데, 까렌다쉬 잉크 30mm 한병에 26,000원이니, 금가루라도 뿌렸나?
이건 뭐, 오랫동안 내가 사랑해온 파커 블루블랙 잉크 56mm 너댓병 살돈이다.
뭐, 색상이며 병 디자인하며, 이쁘긴 하더라만서도. -.,-



























암튼, 다시 쥐게 된 워터맨.
이제 여기에 맞춤맞은 멋진 수첩만 다시 갖추면 되는 건가? 흐흥...

by cherry | 2009/12/09 13:41 | 끄적끄적 | 트랙백

[렛츠리뷰 당첨] 서울, 북촌에서...

렛츠리뷰 57차 당첨자를 발표합니다.

신청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바빠서 요즘 잘 들어와 보지도 못했는데,
갖고 싶었던 책이라 흡족하다.

근데, 오늘이 9일인데, 책은 아직 도착을 안 했군.
암튼, 기대...

by cherry | 2009/12/08 09:42 | 끄적끄적 | 트랙백

뮤즈, 그린데이, 미치겠다 T^T

미치겠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 Muse 2010 서울공연에,
꽤 흥미로워하는 Green Day까지...

일다 Muse는 예매 완료. 휴우...
펜타포트 이후 2년 반만에 보는구나.
아, 심장 떨려. T^T

by cherry | 2009/11/29 11:17 | 영화/음악/망가 | 트랙백

[Common Wealth-붐비는 지구를 위한 경제학]풍요의 역설을 기억하라

풍요에 도취된 인간에게 날리는 멋진 스트레이트 한방.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 비관론, 그러니까, 필요하긴 한데 노력해 봐야 얼마나 전세계 빈곤이 개선되겠어, 라는 생각이, 조금 변했다. 아니, 오히려 이 책은, 내가 이 분야에서 일해보고 싶게 만들었다.

<빈곤의 종말>에서, 제프리 삭스가 직접 개입했던 몇 나라에 대한 케이스 스터디를 통해, 빈곤은 극복 가능하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주었던 그는, 이 책 <커먼 웰스>를 통해서는, 좀더 실질적이면서도 구체적인 통찰을 준다.

책의 시작은 암울할 수도 있다. 우리가 '삶은 개구리 증후군'에 걸려 앞으로도 평소처럼 계속 살아간다면, 우리 사회와 생태는 파국을 맞을 거라는 것. 제프리 삭스는 이 책에서 인류가 처한 이러한 잠재적 위기를 크게 세 가지 문제, 즉 환경, 인구, 빈곤으로 정리하고, 각각에 대한 해결방안과 적용 및 성공 사례를 상세하게 설명하면서, 전지구적 각성과 실천과 협력을 촉구하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어진 엄청난 정보들을 요약한다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고, 그렇게 의미 있는 일도 아니리라. 다만,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제3세계 국가들의  '극단적인  빈곤' 문제에 대한 진단과 해법.

빈곤 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분야는, 식량, 교육, 의료, 현대적 기반시설로, 실제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프리카에서 시행되었던 몇 곳의 '밀레니엄 빌리지 프로젝트'는 뛰어난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UN에서 Quick Impact Investment 전략에 따라, 실제적인 투자를 한 결과이다. 1인당 매년 120달러의 투자로도, 농업, 교육, 의료, 기반시설에서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는 것. 1인당 겨우 120달러의 투자다!!! 

이들 국가들이 빈곤을 박차고 사다리 위쪽으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외국의 원조가 필수적이다.  한국도, 중국도, 인도도, 현재의 위치에 오르기 위한 초기 단계에서 외국의 원조가 필수적이었다. 즉, 외국의 일시적 원조 -> 생산성 향상 -> 저축과 투자 증대 -> 재투자 및 지속적인 성장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가능한 것. 각국들의 해외 원조 자금이 중요한 이유이다.

저자는 환경, 인구, 빈곤의 3대 문제가, 국제 기구, 각국의 정부, 각국의 기업들, 벤처 자선가들, 비영리단체들, 연구기관들이 모여서 해결할 수 있다고 우리에게 낙관주의와 희망을 불어넣어 준다. 그는 좌에도 우에도 치우치지 않은 실제적인 학자로, 책을 읽을수록 그의 분석과 해법이 상당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공공부문과 시장, 학계, NPO 의 협력으로 밀레니엄 약속을 실현하자고, 그리고 할 수 있다고 촉구하는 제프리 삭스의 노력에 발가락이라도 담그고 싶다.

그렇다면 우리가 각자의 공간에서 꼼지락거릴 수 있는 일은? 있다. 제프리 삭스는, 기후변화, 환경 같은 우리 세대의 과제에 대해 학습할 것, 해외를 여행하면서 현장을 목도할 것, 지속가능한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단체에서 활동할 것, 직장을 끌어들일 것 등의 실질적인 행동지침까지 제시하고 있디다. 친절한 미스터 제프리 아저씨.

이 책, 21세기를 살아가는 풍요 속의 우리들, 후손들에게서 미래를 빌려다 펑펑 낭비하고 있는 현대인들의 필독서다.

by cherry | 2009/11/19 18:31 | 글책 | 트랙백 | 덧글(4)

[뒷북감상 해운대] 이해 불가능한 천만관객

한국형 블록버스터 원체 안 좋아하는지라,
실미도며 태극기 휘날리며 다 안 봤다. 비됴로도 안 봤다.
이 영화 해운대도 그래서 극장에 8천원 전혀 쓰고 싶지 않았다.

어쩄거나 영화를 본 소감은...

대한민국 중년 찌질이 대표 설경구 주접스런 역할 설정 민망하여 - 300원
허구헌날 술주정에, 폭력인지 사랑인지 모호한 자식새끼 손찌검 -200원
이런 것들로 이 중년의 허망함을 나타낼 수 있다 생각한 감독의 착각 -500원
역시 지나치게 심각한 박중훈의 연기는 뭔가 2% 부족하여 -100
리베라메 최민수의 '여긴 네가 있을 자리가 아냐' 이후 최고의 명빨 대사인, 
박중훈의 '내가 네 아빠야'에서 퍽 하고 터진 실소 떄문에(미안, 사람 죽는데...) -300
이해할 수 없는 갈등과 난데없는 화해에 낯 뜨거워져서 그만 -500
유명하다는 배우들의, 서프라이즈보다도 못한 고른 연기에 놀라 -500 

그럼에도 거의 유일 지대로 된 사투리 보여준 이민기의 풋풋한 연기 +300원

하여, '해운대' 적정 관람료 => 8,000원 - 2,400원 + 300원 =  5,900원 되시겠다.

역시 극장에서 제돈주고 봤다면, 참 돈 아까울 뻔했던 영화였다.
미안, 윤제균 감독님. 난 차라리 당신의 '1번가의 기적'이 더 좋았어.
그냥, 그 정도 규모의 애잔함과 눈물바람이 당신에겐 더 어울려요~

by cherry | 2009/11/10 10:11 | 영화/음악/망가 | 트랙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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